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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의 경계가 없던 어린시절




아이들의 그림은 순수하고 그 아이를 닮은 어른의 그림은 환상적이다. 순수와 환상이라는 장르는 엄연히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작가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는다는 것인데 일반적인 사회나 현상이 아니라 자기가 꿈꾸는 다소 이상할지도 모르는 나라(wonderland)를 보여주는 것이다.   

'고레가 꽃으로 변해어요'라고 맞춤법도 잘 모르는 아이는 고래가 꽃으로 변하는 상상을 하고 마녀나 타고 다니는 빗자루를 타고있는 아저씨와 원근법도 모르게 예쁘게 핀 꽃을 그렸다. 초코 케익과 딸기 케익이 진열대 위에 이상한 구도로 진열되어 있는 이런 그림은 어린아이나 되니까 그리는 그림이다. 아이는 날고 싶고 예쁘게 핀 꽃이 좋고 빵집의 맛있는 케익이 정말 먹고 싶은 가보다. 순수해서 그린 그림이다. 

아이들의 그림 속 세계를 판타스틱한 이미지로 재현해 놓은 이 wonderland 시리즈는 정연두 작가의 2005년도 Artwork으로, 작가는 당시 무보수로 미술학원에서 아이들 미술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 때 5~7세 정도의 교육생 아이들이 그린 그림 1,000장을 모아 작품의 모티브를 얻고 그 중 몇 점의 스케치를 작가만의 기법으로 이렇게 사진으로 재현해 내었다.  

아이들의 그림을 토대로 그들이 지시한 원전에 최대한 가깝게 세트를 세우고 아이들 특유의 비례를 무시하는 태도 또한 존중하며어떤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없이 몽타주 기법을 사용하여 완전한 수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을 사진으로 담아내었기 때문에 우리는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판타지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현실과 허구가 교묘하게 교차하는 세계를 담아내기 좋아하는 작가는 작고 소박한 아름다운 꿈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신선한 비주얼과 화려한 매체를 사용하는 것에 반해 언제나 인간적인 감수성이 밑바탕 되어있다. 

어른이 되면서 꿈은 현실을 많이 닮아있다. 너무 구체적이고 리얼하기 때문에 더 이상 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일과 행복을 위한 희망으로 변해버린 꿈. 꿈과 현실의 경계가 없던 어린시절을 지나 이제는 내일에 대한 희망이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꿈꾸는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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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정연두
http://www.yeondoojung.com